꼭 필요한 아이들이 오는 곳 - 밥먹고놀자식당

김보민
2024-06-26
조회수 405

 다급하게 사무실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근 초등학교 복자사선생님입니다.  

- 대표님  ㄱ이 아시죠? 

- 알아요. 

- ㄱ이 엄마가 베트남분인데 오늘 경찰서에 가셨대요. 무슨 차용증문제인데 통역이 필요하다고 ㄱ이까지 경찰서에 갔나봐요.

- 아니 이제 초등학생을요? 

- 장애가 있는 동생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이모가 한국말을 전혀 못해서 힘든 상황인가봐요.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해서 연락드렸어요. 

인권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ㄱ이가 다문화 가정 아이인줄은 전혀 몰랐다. 외모로는 알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행히 ㄱ이 엄마는 귀가하셨다는 연락이 잠시후에 왔다. ㄱ이가 그런 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다. 다문화에 장애가 있는 동생이라니.


밥놀에 초등학교때부터 열심히 오던 ㄷ이는 얼마전 엄마가 아기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늦둥이를 낳으셨나 했는데 알고보니 ㄷ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고 엄마는 따로 사신다고 한다. 언제든지 엄마를 보러갈 수 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기초수급자라고 하니 ㄷ이를 풍족하게 지원해주시지는 못하시는 눈치다.  


- 선생님 ㅅ이요, 밥놀오나요? 

- 네 가끔 와요.

- ㅅ이가 학교에서 먹는 한끼만 먹고 아침, 저녁은 거르기 일쑤래요.  엄마는 밤늦게 퇴근하시고  같이사는 .....는 최근에 아동학대 신고를 해서 ...... 

그날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ㅅ이가 와서 도시락을 챙겨달라고 한다. 

- 선생님, 형들꺼 까지 3개 싸주세요. 

도시락 한가득 스파게티를 눌러담아준다. 처음에 왔을때 아이들과 멱살잡이를 하고  치받기만 하던 아이였는데 같이 간식만들고 토닥토닥해주니 온순하기가 그지 없는 ㅅ이다. 


- ㅈ이요. 기초학습이 전혀 안돼요.  엄마가 지역아동센터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대요.  그래서 친구따라 가서 요즘 공부 열심히 한대요.  기초부터 시켜달라고 했대요. 

- ㅈ이요? 어머 그 친구 전혀 그렇게 안보였는데... 


아이들을 만난지 몇년이 지났지만 이제야 아이들의 사연을 듣는다.  사연을 알던 모르던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한결같이  대하지만 사연을 들으며 생각한다. 밥먹고놀자식당이 왜 이곳에 존재하게 되었는지...식당운영자금이 왜 계속 들어오는지 밥먹고놀자식당이 꼭 필요한 아이들이 여기 오기 때문이라는 걸.



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