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여친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6학년 남학생

김보민
2024-07-03
조회수 422

 밥놀에는 유난히 남학생들이 많이 옵니다. 어쩌다 여학생들이 많이 오는 날은 분위기가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특히 5학년 6학년 남학생들이 많이 오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들르는 ㅈ이가 들어오면서 놀라운(?)이야기를 해준다. 

- 선생님~ 오늘 저 엄청 울었어요. 저말고 3명이나 울었어요. 

- 아니 왜? 무슨 일있었어?

- 친구가 여친이랑 헤어졌거든요. 그래서 막 우는 거예요. 근데 저도 갑자기 슬퍼져서 울었어요. 저말고 다른 애들도 같이 울고요.  

이게 무슨 일인가? 6학년 남학생들이 친구 우는 걸 보고 울었다니 .... 게다가 여친이랑 헤어져서 울었다니...상상이 되질 않는다. 

- 애들 오고 있어요.  

ㅈ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6학년 남학생 10명이 우루루 들어오더니 자리를 잡고 앉는다.  울었다고 보기에는 멀쩡하게 밥을 떠서 먹고 키다리샘 간식도 경쟁하면서 더 받아간다.  궁금한 마음이 들어 아이들이 있는 자리로 갔다. 

- 얘들아 너희 다 같은 반이야?

- 아니예요. 

- 그럼 1반 손들어봐 2반, 3반, 4반, 5반, 6반?

아이들은 3반을 빼고 한반에 2~3명씩 있었습니다. 

- 니네 같은 반도 아닌데 어떻게 친해졌어? 5학년때 같은 반? 아님 학원?

- 아니예요. 그렇지도 않아요. 

- 사실 저희 찐따예요.  그래서 친해진거예요. 

- 뭐라고?  내가 보기엔 다 괜찮아보이는데..

- 맞아요. 저는 여친있는 찐따예요. 

아이들이 다같이 웃는다. 

- 그래? 그럼 오늘 여친이랑 헤어진 친구는 누구야?

그러자 어떤 아이가 손을 들더니 눈물이 금새 그렁그렁해진다.  왜 헤어졌냐고 했더니 '(자기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헤어지자고 했단다.

- 세상에!!!! 

어린 마음에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 생각을 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보니 다른 아이들이 왜 따라 울었는지 이해가 바로 된다. 가서 마이쮸를 가져다가 그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 이거 먹고 힘내 

- 감사합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나에게 와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이 아닌가!

- 선생님!  저는 헤어지고 싶어도 여친이 없어요.

- 뭐!!!!!! 푸하하하하하

정말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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