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살리는 공부법 4편 - 스트레스와 공부의 관계

김보민
2024-11-21
조회수 24

 나와 함께 수학공부를 시작한 철수는 여름방학이 되자 항상 배가 고프다고 했다. 오후2시에 만나는데 한 끼도 먹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로는 빈 속에 냉장고에 있던 매운 떡볶이를 먹고 배가 아프다고 했다.

“ 선생님, 저 속이 너무 쓰려요”

“ 중1이 벌써 속이 쓰리면 어쩌냐? 그러다 큰 일 난다.”

“ 인스턴트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가봐요.” 하면서 주머니 속에서 햄버거 영수증 60장을 보여준다. 갑자기 아이의 생활루틴이 궁금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족은 다 출근하고 혼자라고 한다. 일어나서 대충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찾아먹거나 편의점에서 사먹는다. 엄마는 새벽에 퇴근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난다. 저녁도 사먹는다. 그러다 보니 햄버거, 떡복이, 마라탕 같은 것만 먹는다. 그러니 속이 아플 수 밖에 없다.

“우리 형은 위가 빵구났대요” 형은 독립해서 따로 산다고 했다.

“철수야 엄마랑 밥 같이 안먹어?”

“선생님 엄마는 저를 믿어요”

철수의 그 말에 나는 엄마가 너무 하는거 아니냐고 하고싶었지만 입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아이 나름대로 엄마에게 도움이 되려고 애쓰고 있는 걸 보자니 안쓰러웠다. 방학 중에는 아이 혼자 끼니를 챙기며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살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학기 중에도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다는 것 외에 거의 비슷한 루틴이었다. 엄마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의 카드로 용돈을 보내주고 아이는 그 용돈으로 저녁을 사먹거나 돈을 모아 자기가 필요한 것을 샀다. 한번은 공부하다가 귀가 너무 아프다고 했다. 병원에 가보라고 하니 우물쭈물하길래 이비인후과에 데려가니 다행히 귀지가 딱딱해져서 그런거라고 한다. 14살이지만 혼자서 하기 힘든 일들이 종종 발생할 때가 있다. 병원에 같이 가달라고 나에게 부탁하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상황을 이겨내면서 아이가 공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혼자서 먹을 것을 챙기고 아프면 병원도 가야하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생존의 과제가 아이 앞에 있는 것이다. 전전두엽 대뇌피질이 활성화되려면 편도체가 안정화 되어야 하는데 아이에게는 보호와 안전에 대해 안심할 수 가 없다.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나를 도와주고 해결해주고 보호해주는 존재가 항상 곁에 없다고 생각하니 아이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가정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없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맞벌이가정이나 한부모가정이 모두 이와 같은 상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다고 아이들이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부모가 걱정이 많고 불안을 많이 느낀다면 아이는 불안하고 걱정이 많을 것이다. 아이의 생활에서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스트레스 상황에 자주 노출된다면 불안해 질 것이다. 1만년전에는 곰이나 호랑이가 나타나는 것이 스트레스였지만 지금은 진학이나 취업, 직장이나 학교에서 인간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3들은 일년내내 곰과 같이 사는 상황이고 때로 회사에 가면 호랑이가 있는 형국이다.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는 너무도 많다.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보호받지 못할 때, 때로 너무 과도하게 간섭받을 때, 학교에서 친구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김없이 편도체가 활성화 되고 전전두엽 대뇌피질은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편도체를 안정화 시키고 전전두엽 대뇌피질을 활성화 시키는 방법을 적용해보자. 먼저 편도체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생명의 위협이 생겼다는 신호가 뇌에 들어왔을 때 자동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심장박동 등 신체에서 올라오는 신호들을 콘트롤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불안함을 느낄 때 심장박동수가 올라가고 호흡이 가빠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심장박동수가 올라가고 호흡이 가빠지기 때문에 불안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달리기나 운동도 하지 않았는데 심박수가 올라가서 숨쉬기 곤란해지는 증상을 공황장애라고 한다. 공황장애가 발생할 때 처방해주는 약은 심박수를 떨어뜨리는 약이다. 심장박동이 정상이 되면 마음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편도체 안정화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명상이다. 명상은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많지만 외국에서는 운동만큼 보편화되었다고 한다. 구글 등 세계적인 IT기업에도 명상실을 갖추고 있고 조깅하듯이 명상을 하고 있다.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걷기, 달리기와 같은 운동을 들 수 있다. 스포츠활동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되어 있다. <운동화신은 뇌> (2009, 존 레이터, 에릭 헤이커먼) 에서는 네이퍼빌 203학군에 있는 1만 9천명의 학생들이 0교시 체육수업을 통해 건강과 학업성적이 향상되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뇌는 움직이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꼼짝 못하게 앉혀놓고 공부를 시키는 것은 오히려 공부에 효과적이지 않다. 5편에서는 아이들이 편도체가 안정화되고 전전두엽 대뇌피질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주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2024년 동안 진행된 학습동기부여프로그램의 진행과 성과에 대해 공유하려고 한다.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