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사회복지 사업종료 공문이 온 다음날 만난 학교사회복지사 선생님(feat 군포시)

김보민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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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소현 선생님은 군포초등학교에서 학교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계십니다.   군포시에서 내년부터 학교사회복지사 예산지원을 중단한다고 공문이 온 다음 날 엄소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밥먹고놀자 식당에 온 엄소현 선생님은 군포초 아이들과 인사 나누고 한명 한명의 안부를 물어줍니다. 조용한 찻집으로 옮겨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김: 어떤 계기로 학교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게 되셨나요?

엄: 2021년 수원에서 먼저 학교사회복지사로 근무했어요. 학교는 아이들이 가정 다음으로 많이 머무는 공간이잖아요. 학교가 아이들을 관찰하고 돕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의 삶에서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김: 군포에는 어떻게 오시게 되었나요?

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근무했던 수원의 초등학교에서 사업이 종료되었어요. 그곳은 (비교적 부유한 지역인) 영통지구에 있어서 대상학생수가 매우 적었어요. 당연히 학교 관리자님들의 학교사회복지에 대한 인지도도 부족했고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수가 적으니 사업의 중요성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발굴된다 해도 연계할 수 있는 곳이 근처에는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어요. 군포에 오니 학교사회복지에 대한 학교 안의 인식부터 지역자원까지 완전히 달랐어요. (군포에 온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

 

김: 혹시 어떤 차이가 컸는지 얘기해 주실수 있을까요?

엄: 군포는 지역에 연계할 곳이 진짜 많았어요. 수원에서는 (영통지구라는 특성 때문인지) 학교에서 사업을 매우 협소하게 인식하고 있는 반면 군포에서는 다양한 자원을 연계해 아이들의 다양한 어려움을 지원할 수 있고 단기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켜볼 수있는 네트워크가 있는 점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요.

 

김: 그렇죠, 아동학대나 방임으로 이슈가 된 아이들의 경우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이었죠. 사각지대아동을 찾으라고 하지만 학교에서 꾸준히 관찰하고 지켜볼 때 잘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현재 군포시에서 학교사회복지 지원을 중단한다고 하는데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중단되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엄: 담임선생님이 어려운 아이들을 다 볼 수 없는 것은 일단 업무가 많으세요. 20명 정도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무엇이 힘드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최근에 서이초 사건에서 보듯이 사회가 복잡해진 만큼 학교 안의 문제도 복잡해졌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김: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담임교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보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담임교사가 왜 못하냐? 담임교사가 주민 센터 통해서 해결하면 되지 학교에 사회복지사까지 있어야 하냐? 얼마전 면담에서 시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 부분을 자세히 설명 좀 해주세요.

엄: 아이들은 어려운 일이 있어도 담임교사나 저(학교사회복지사)에게도 와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복지실에 쉬거나 놀러와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때로는 제가 들리게 친구랑 (자신의 어려움을)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상담실에 간다고 해도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가지 않죠. 담임선생님에게도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어렵죠. 항상 같이 있는 공간에서 이야기를 해야하기 때문이예요. 하지만 복지실은 놀러가는 곳이고 때로 이벤트를 열어 아이들이 부담없이 올수 있게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없다고 해야하나 그런 곳이에요. 그래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죠. 

김: 교실에서는 아무래도 담임선생님은 지도하는 입장이다 보니 편안한 소통이 되기 어려울 것 같긴 하네요. 복지실에서는 환대받고 수용받는 느낌이다보니 자연스레 어려움도 이야기할 수 있을 테구요. 사실 밥놀식당에서도 아이들이 그러거든요. 밥 먹으면서 아니면 놀다가 문득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 해요.

엄: 맞아요. 담임교사들도 어떻게 아이를 도와야 할 지 모르겠다고 복지실로 연락하세요. 학교라는 곳이 굉장히 어떤 면에서는 폐쇄적인 면이 있거든요. 아무튼  어떤 아이를 A라는 문제 때문에 상담을 연계했다고 했을 때 A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담 말고도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먹거리지원이나 긴급복지 지원 같은 것이요. 그럴때 지역사회와 연계해서 상담이나 그런 단기적인 지원을 연계하고 그 지원이 끝나면 그냥 끝이 아니라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도 학교 안에서 지속적으로 지켜볼 수 있고 지역과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것.  이러한 지원이 가능한 것이 바로 학교사회복지사가 있어서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그렇죠. 이런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복지의 목표인데 우리는 이미 어느 정도 지역안에서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2015년부터 청소년지원네트워크를 만들어 거의 9년을 노력해온 결과인데요. 이렇게 개발된 자원을 아이들과 연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학교사회복지사인데 사업종료라니요.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하시면서 가장 속상한 일을 꼽으라면 무엇일까요?

엄: 수원에서 근무하던 학교가 사업이 종료되었는데 그 학교는 상담사도 없거든요 아이들이 아직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저에게 연락해요. 어디 가서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이들의 욕구와 상관없이 사업이 축소되고 학교사회복지사업이 별로 필요없는 사업이라고 판단하는 어른들의 오해(라고 믿고 싶어 하시는 듯)가 마음 아파요. 지금 어른들이 어렸을 때에는 제3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나를 위한 공동체가 이미 있었던 시절이잖아요. 지금 아이들은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는데.

 

김: 그럼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하시면서 보람된 일도 이야기 해주세요.

엄: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거든요. 그런데 복지실이 있어서 학교 오는 게 즐겁다고 이야기 할 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 노동시간을 단축해야죠. 부모님들이 6시 정각에는 집에 계시고 아이들과 함께 한다면 아이들은 행복할 것같아요. (아이들을 안 낳는다고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아이들을 낳을 수가 없어요.

김: 그렇죠. 저도 강의할 때 돌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된다고 말해요. 우리나라 노동환경이 아이들에게 위협적 이예요.

학교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면서 정부나 지자체, 교육청에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엄: 학교사회복지사로 한 학기만 근무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수업시간에 교실에서 뛰쳐나가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학교에 안 오는 아이들은 가정방문도 가야하고, 담임선생님이 나머지 아이들 두고 아이들 찾으러 다닐 수 있나요? 퇴근 후에 가정방문하실 수 있나요? 정말 현실을 너무 모르는 이야기예요.

김: 뜬금없는 질문 같지만 어떤 어른이 되고 싶으세요?

엄: 아이들이 차별을 모르고 살 수 있게 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일찍 퇴근하고 노키즈존 같은 혐오와 차별을 없애는 그런 사회(운동)활동을 하고 싶어요. 적어도 우리학교 아이들이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저는 아동복지실천-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행복한데 사업이 종료되어서 아이들이 늘 가던 복지실이 없어지면 상처받을 걸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김: 선생님 계속해서 군포초에서 아이들을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뼛속까지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대화였습니다. 엄소현 선생님은 처음으로 대화하면서 속이 시원하다고 하셨습니다. 예전에 저의 종교가 ‘아(동)청(소년)교’라고 하니 제자 희야 가 선생님은 진짜 아청교도가 맞는 것 같다고 한적이 있는데 오늘 또 한명의 진성 아청교도 - 헝겊원숭이를 만난것 같습니다. 엄소현 선생님이 계속해서 아이들 곁에 있을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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